역사적 배경
영화 '올빼미'는 인조와 소현세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인조와 소현세자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 및 두 인물의 관계 변화를 이해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기에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인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습니다. 결국 병자호란 끝에 청나라에게 항복하며 왕과 신하의 관계를 청나라와 맺게 됩니다. 게다가 인조의 아들인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일종의 볼모로 청나라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매우 치욕적이었지만 인조 입장에서는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청나라에 대한 반발심이 날로 높아졌지만, 청나라에 머물던 소현세자는 조금 달랐습니다. 청나라의 발전된 문화와 과학 기술을 접하면서 조선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소현세자는 청나라에서 외국 선교사들과도 가까이 지내며 그들로부터 서양의 다양한 문물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조선으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인조도 이들을 몹시 반겼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인조와 소현세자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심지어 소현세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죽음을 맞이합니다. 인조와의 관계도 틀어진 데다가 청나라에 있을 때 건강에 크게 문제가 없던 소현세자의 갑작스러움 죽음은 당시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많은 이야기를 생성해 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인조가 아들이었던 소현세자를 죽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청나라에 의해 치욕을 겪고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인조의 입장에서는 청나라로부터 여러 문물을 수용하려는 소현세자의 태도는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는 꽤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의 기록 역시 질병으로 인한 죽음이 아닐 가능성을 보여줘 이런 의심을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
줄거리
영화의 주인공인 '경수'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실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 덕분에 '경수'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궁에서 왕을 치료하는 '이형익'의 명으로 궁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때마침 이 무렵 청나라에 붙잡혀 지내던 소현세자가 조선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주인공 '경수'는 소현세자를 우연치 않은 일을 계기로 치료하게 되며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러나 궁중의 분위기는 점차 심상치 않고 인조와 소현세자의 관계 역시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를 '경수'가 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맹인이기는 하지만 밤에는 어느 정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주변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소현세자 죽음 현장에 경수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경수'는 목격한 광경을 토대로 소현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을 밝히려고 하지만 그 배후에 있는 예상치 못한 존재에 의해 오히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경수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려고 노력하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두고 전개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뿐만 아니라 낮에는 앞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밤에만 보이는 제한적인 경수의 상황이 영화의 긴장감을 더욱 높여줍니다. 영화의 예고편이나 포스터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전개로 저뿐만 아니라 많은 관람객들이 꽤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소재를 영화로 만든 경우에는 흔히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말처럼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이 영화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예측을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관람포인트
영화의 관람포인트로는 총 세 가지가 있습니다. 만약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영화를 다시 본다면 이 세 가지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영화를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관람 포인트는 주인공인 '경수'의 시선으로 장면을 바라볼 때의 긴장감입니다. 영화의 줄거리가 전개되는 과정 중간에 경수의 시선으로 묘사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낮과는 달리 어느 정도 보이는 어둠 속에서의 경수의 시선을 묘사하기 위해 대부분 흐릿하게 나옵니다. 이때마다 관객들은 경수의 입장에 몰입하게 됩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의 전개가 '경수'의 입장과 감정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장면들이 영화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대표적인 장치입니다. 그러니 '경수'의 시선으로 영화 속 장면을 바라보며 경수가 느꼈을 감정에 빠져들어 봅시다. 두 번째는 류준열 배우와 유해진 배우의 연기입니다. 이 영화는 두 배우가 세 번째로 같이 촬영하는 영화입니다. '봉오동 전투', '택시 운전사'를 거쳐 세 번째로 합을 맞추는 영화인 데다가, 이전에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두 배우이기에 기대가 많았습니다. 특히 시사회에서 유해진 배우가 류준열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칭찬을 했는데, 이에 류준열 배우가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왜 유해진 배우가 류준열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칭찬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해진 배우의 연기야 당연히 말할 것 없이 너무나도 훌륭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가득한 역사 속 소현세자의 죽음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 소현세자의 죽음에 대해서 알고 나면 영화를 보면서도 소현세자의 죽음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역사에 대한 이해는 영화를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영화는 감독 나름의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한편으로는 우리의 생각을 묻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게 아마 영화의 관람 포인트이자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